육체노동 가동연한 언제까지? - 노동력 상실시 일실수입 60세 에서 65세로-

기사입력 2019.03.1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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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닷컴=칼럼니스트 임대영 변호사]


임대영 변호사(삼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서대문구청 전문위원

국회 법제실 법률자문

모니터링코리아 법률지원단장

 

 

최근 30년 만에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는 주목할 만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전원합의체 판결’이란 정치·사회적으로 상당한 논란이 있는 사건을 다루는 것으로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장이 되어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루어지는 판결형태이다(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참조).

 

사건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A군(사고당시 약 4세 5개월)은 2015.8.경 가족들과 함께 수영장을 방문하여 돌아다니다가 풀장으로 떨어져 사망하였다. 이에 유족들은 이 사건 수영장 설치운영자 등을 대상으로 업무상 주의의무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본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가동연한이 문제되었다. 유족측은 가동연한이 만 65세까지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은 모두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따라 피해자의 일실수입에 대하여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군복무를 마친 때부터 만60세가 되는 때까지로 가동연한을 산정하였고, 유족측은 이에 불복하여 상고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18.11.29. 공개변론을 진행하여 관련 전문가와 각개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신중하게 사안을 접근하였고, 이하의 각 사유와 같이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기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되었던 제반사정들이 현저히 변화하였음을 근거로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기존 만60세에서 5년 연장하여 만65세로 변경하였다.

 

첫째, 국민 평균여명의 연장을 고려하였다. 국민 평균여명은 기존 남자 67.0세, 여자 75.3.세에서 2015년에는 남자 79.0세, 여자 85.2세로,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둘째, 법정 정년의 연장과 실질적인 은퇴연령을 고려하였다. 법정 정년이 만60세 또는 그 이상으로 연장되었고(국가공무원법 제74조 제1항, 지방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 실질 은퇴연령은 이보다 훨씬 높게 2011년부터 2016년 까지 남성 72.0세, 여성 72.2.세로 조사되었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셋째, 유사한 관련 법규정의 내용을 고려하였다. 먼저, 고용보험법의 경우 제정 당시 60세 미만으로서 새로이 고용된 자에 대해 적용하였으나, 그 후 2013년 개정을 통해 동법 제10조 제1호에서 65세 미만으로서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자에 대해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연령변화현상은 국민연금법 제62조 제1항, 공무원연금법 제46조 제1항 제1호,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제42조, 기초연금법 제3조 제1항,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넷째, 통계청은 고령자 인구분포를 노령화지수 및 노년부양비를 통해 파악하는데 이때 노령화지수는 유소년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로 산출하고, 노년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로 산출하는 등 사회적으로 고령자 관련 각 종 통계는 6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상을 근거로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까지로 보았던 종전의 판결은 그 기초가 된 경험적 사실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고, 원심은 가동연한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을 하였다’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기존 대법원은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았다. 하지만 기존 대법원 입장은 30년 전인 1989년 판결로서 그 동안 발생한 사회적 고령화 현상 및 이에 따른 사회적 변화와 제반사정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었다. 실제로도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가동연한을 만60세로 보았던 기존 대법원 입장과 달리 가동연한을 만65세로 판결한 하급심 판례가 다수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해 가동연한 산정과 관련하여 상당한 혼란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가동연한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보험제도, 정년시기, 신체적 손해배상범위 등 다양한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사회적으로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져왔다. 본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기존의 사회적·법률적 혼란을 종식시켰다는 점과 법원이 스스로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여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돌입하였음을 직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서원 기자 infoj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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