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사회] 한국교회는 자본주의 전위대 극복해야

기사입력 2019.03.23 15:34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정치닷컴/휴먼리더스=조종건 논설기자]

조종건.jpg

 

 

1. 성장지상주의는 교회의 본질과 무관

탁월한 설교와 명성이 있는 복음주의 4인방 옥한흠, 하용조, 이동원, 홍정길 목사는 각각 교회를 크게 성장시킨 인물이다. 그러나 소유의 관점에서만 교회를 평가한다면 사자나 하이에나, 개나 돼지의 소유지향과 뭐가 다를까? “사람은 ‘그것’ 없이는 살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사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마틴 부버의 통찰력은 사람이란 ‘소유’ 없이는 살지 못한다. 그러나 ‘소유’만 가지고 사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교회는 한국사회가 인간의 삶을 외면하고 개•돼지처럼 소유만을 지향하도록 방관한 것인가 공범인가? 박영돈은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성장 지상주의’라는 광기 어린 비전 추구에 매진한 데서 비롯한 무수한 일탈현상으로 인해 교회의 이미지가 이렇게까지 손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는 안타까움을 표했다(박영돈『일그러진 한국교회의 얼굴』25쪽). 2013년 4월 “대형교회, 그 신화를 넘어서!”라는 포럼에서 박영돈은 박영신에 기대어 1960년대 이후 군사정권이 주도한 경제개발 정책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성장지상주의 가치관이 교회에도 그대로 유입되었음을 비판했다. “교회가 ‘성장 제일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하면서 ‘성장’이라는 가치가 하나님의 자리에 앉는 대신 하나님은 성장이라는 우상을 돕는 존재로 전락한 ‘성장의 혼합 종교’가 됐다는 것이다(박영돈, 36-37쪽). 홍정길 목사 또한 CBS<크리스천 NOW>에 출현하여 자신의 40년 목회 생활을 회고하면서 대형 교회를 본으로 삼아 성장주의를 추구해 온 것을 후회했다(박영돈, 24쪽).

 

교회의 크기(소유지향)는 교회의 본질(존재지향)과 무관하다.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교인들은 서로 소외되었다. 사랑의 교회에서 오래 신앙생활을 해온 한 교인의 고백은 큰 교회에서 공동체를 체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너무도 아쉬운 점은 옥 목사가 대형 교회가 교회론 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다...개혁 정신으로 투철했던 옥 목사가 유독 대형화에 대해서만은 미온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앙의 후손들에게 참으로 개혁된 아름다운 교회를 물려주는데 실패한 것이 안타깝다... 대형화는 그에게 성공한 목사라는 계급장을 달아 주었고 그 유명세를 입고 그는 개혁적인 목사의 포즈까지 멋지게 취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목사로 존경받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동안 취해 온 개혁적 목사라는 체스처를 접고 몇천억 원짜리 교회 건물 건축을 교인들에게 독려하는 일에 참여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보임으로써 한국교회를 크게 실망시켰다... 옥한흠 목사가 교회론 적인 확신을 결행하지 못한 우유부단함이 결국 무한 대형화의 비극을 낳는 밑거름을 제공한 셈이다”(박영돈, 22-24쪽). 대형교회가 마치 목회 성공의 증거라는 인식은 교회 론의 탈선이다. 1970-80년대에 나타난 많은 대형교회가 “자체 교회 몸집 불리기에만 매진하지 않고 이 사회의 빛이 되는 아름답고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데 주력했다면, 지금의 한국교회 상황은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다”(박영돈, 21쪽).

   

2. 하나님의 정의실현이 경제에서 나타나도록 교회가 힘써야

미국과 한국의 민주주의는 특권계급이 주도하는 경제 불평등을 조절하지 못했다.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는 1930년대 미국 민주주의의 경제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체험하면서, 민주주의가 모든 집단의 이익을 고루 반영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특권계급의 이익을 월등히 반영한다고 보았다(전재성,『정치는 도덕적인가』172쪽). 또 경제 지배계급은 자신의 이익을 전체 사회의 이익과 일치시키는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자신이 속한 계급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기제를 만들어냄으로써 집단이기주의를 정당화하고 있다(전재성, 174쪽). 또 패자가 사회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면 기존의 지배계급처럼 자신의 이익을 사회 전체의 이익과 동일시하고 이를 합리화하는 함정에 빠진다(전재성, 178쪽)는 니버의 지적은 오늘의 미국과 한국 사회에 유효하다.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는 민주주의가 개인의 이기심과 사회복지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정치체제는 아니다. 자체 내에 자정능력이 있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정당화하는 철학은 오히려 민주주의 지배층인 부르주아(자본가)의 기만을 강화하는 철학이라고 니버는 비판한다. 민주주의 사회의 발전은 자동적 이익조화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조정과 타협, 양보로 가능하다는 것이다(전재성, 202쪽). 그래서 민주주의는 “경쟁하는 집단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균형을 잡는 문제에 가장 좋은 정치적 해법”을 제공할 수 있는 체제다(전재성, 203쪽).

경제 권력은 사회, 정치의 견제장치로 제어해야 한다. 니버는『시대 징조의 분별』에서 “현대의 기술은 경제의 힘을 집중화했으며, 봉건 농경사회의 정적 경제의 불의를 기술문명의 동적 불의로 바꾸었다... 경제의 힘이 효율성 있는 사회적, 정치적 제약 아래 놓이지 않으면, 서구 문명의 본질을 붕괴시킬 시점까지 일반 사람들의 안전을 파괴할 것이다.”(고범서,『라인홀드 니버의 생애와 사상』463쪽). 이러한 막강한 경제력은 한국의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경제의 불평등을 포함한 불의한 사회구조들은 법 제정을 통해서만 변화될 수 있다. 존 스타트는 마틴 루터 킹의 글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루터 킹은 “도덕은 법으로 정할 수 없지만 행동은 법으로 통제할 수 있다. 사법적 판결이 마음을 바꿀 수 없을지 모르지만, 무자비한 사람을 제어할 수는 있다”(존 스타트,『살아있는 교회』161쪽).

 

그러나 법 제정의 중요성이 도덕폐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본회퍼는 영향력 있는 자에게 도덕의무를 진지하게 부여하고 있다. “굶주리는 자에게는 빵이 필요하고, 노숙자에게는 집이 필요하고, 권리를 빼앗긴 자에게는 정의가 필요하고, 고독한 자에게는 사귐이 필요하고, 방종에 빠진 자에게는 질서가 필요로 하고, 노예에게는 자유가 필요하다(마 25:31-46). 굶주리는 자를 굶주리게 방치하는 것은 하나님과 이웃을 모독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본회퍼,『윤리학』손규태 외 2인 옮김, 186쪽).

 

3. 무너진 가격체계를 바로 세우도록 교회가 힘써야

 

한국사회를 절벽사회, 사기사회, 지옥(헬 조선)사회로 만든 것은 무너진 가격체계였다. 파이낸셜 뉴스에 의하면, 우리나라 땅값이 1960년대 중반과 비교해 3천배 이상 오른 것으로 한국은행이 분석했다(파이낸셜뉴스 2015.11.16).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의하면, 1964년부터 가격을 추산해 본 결과 2015년 기준 국내 땅값은 총 8,449조원으로 51년간 약 5,000배 뛰었고, 국유지를 제외한 민유지만 6,704조원으로 3,943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80kg 쌀값은 3,470원에서 15만 7029원으로 45.2배, 휘발유 값은 리터당 23원 65전에서 1,510원 4전으로 62.8배 상승했다(경향신문 2017.3.15.). 땅값 3,943배 상승, 휘발유 가격 63배, 월급 15배 정도 상승했다. 결국 땅값이 오르면, 집값이 상승하고, 세입자, 자영업 임차인은 임대 지옥의 삶이 된다. 또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꿈은 무지개처럼 도달할 수 없는 물거품에 불과했다. 게다가 다주택 소유주들은 은행을 통해 부를 극대화 해오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한 채가 1978년 300만원에서 현 시세 19억 원이다 보니 가파른 널뛰기 가격체계는 사회전반으로 가격의 약탈 현상을 극대화했다. 또 같은 직종에서 10배 이상의 월급 차이를 보면 다수의 서민은 절망과 체념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불평등한 현실을 방관한 정치인들에 대한 깊은 냉소, 이런 절벽사회에 대한 분노가 박근혜 탄핵의 한 동력이기도 했다. 토지로 인한 무너진 가격체계는 극단의 양극화를 만들고, 절벽사회를 만들어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을 보고 다수의 크리스천이 이를 침묵한다면, 방관자 또는 공범이 될 수 있다.

 

4. 이러한 뼈아픈 현실에서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돈에 대해 적지 않은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성서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박득훈은 “한국교회는 예수와는 따로 노는, 그래서 자기들만의 열정과 환상에 사로잡힌 종교적 마니아 집단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교회 담임목사직 세습, 목회자의 재정 비리, 교회 직분의 실질적 매매, 개교회주의적 물량적 성장주의, 교회의 기득권 세력과의 결탁, 그에 따른 불의한 사회구조에 대한 암묵적 지지 혹은 노골적 옹호 등을 들 수 있다... 교회가 입만 열면 하나님을 이야기 하지만 맘몬을 주인으로 섬기고 있기 때문이다.”(강영안 외 20인,『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152-153쪽).

 

일부 교회 리더들은 장사치로 변해버렸다. 박득훈은 전 미상원의회 목사였던 리처드 헬버슨의 글을 인용하여 한국교회만이 아니라 세계교회사의 슬픈 변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처음에 교회는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중심에 둔 사람들의 교제 모임이었다. 그러나 그 후 교회는 그리스로 이동하여 철학이 되고, 로마로 옮겨가서는 제도가 되었다. 그 다음에 유럽으로 넘어가서 문화가 되었다. 마침내 미국으로 왔을 때, 교회는 기업이 되었다”(강영안 외 20인, 155쪽).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교회리더들은 종교개혁 전통인 성서로 돌아가야 한다. 자기 입맛에 맞게 각색한 성서가 아니라 성서가 말하는 성서 말이다. 박득훈은 짐 윌리스가 성서에서 발견한 사실을 제시한다. 윌리스가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에 들어가 1학년 때 친구들과 특별한 목적으로 신구약을 정독하기로 했다. “가난한 사람, 부와 가난, 불의와 억압 그리고 이에 대한 하나님 백성의 책임을 언급한 모든 구절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찾아보니 수천 구절에 이르러 구약에서는 우상숭배 다음으로 많았는데 이 둘은 서로 연관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약 전체를 보면 1/16이 가난한 사람들이나 돈 혹은 맘몬에 관한 말씀이었다. 공관복음에서는 1/10, 특히 누가복음에서는 1/7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들 중 누구도 그때까지 자신들이 자란 교회에서 그와 관련된 설교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다”(강영안 외 20인, 158쪽).

 

박득훈이 제8계명을 통한 청지기 사상을 제시한 것은 합리스런 대안이다. “개인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사유재산권 사상과 싸워 청지기 사상을 늘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 도적질 하지 말라는 제8계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용되는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는 계명이 아니다. 희년이 돌아왔는데도 추가로 소유하게 된 땅을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그 땅을 아무리 적법하게 획득했다 할지라도 남의 땅을 도적질한 게 된다. 제8계명의 근본 취지는 누즈가 잘 간파한 것처럼,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부와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주는 데 있다”(강영안 외 20인, 168쪽). 한국교회 역시 윌리암 템플의 충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교회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비회원들의 유익을 위해 존재하는 협동사회다”(존 스타트, 59-60쪽). 존 스타트는 사회학자 로버트 벨라를 인용해 구성원의 2퍼센트가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정의롭고 친절한 세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품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소집단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 문화의 질은 그 구성원의 2퍼센트가 새로운 비전을 가질 때 변화될 수 있다.”(존 스타트, 163쪽) 로버트 벨라가 말하는 그 구성원의 2퍼센트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먼 얘기일까? 한국교회 리더들은 성서의 세계와 지역사회를 끊임없이 소통하는 기독지식인들과 소통의 장을 열어야 할 것이다.

[조종건 논설기자 기자 infojc@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정치닷컴 & www.jeongchi.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0
 
신문사소개 | 윤리강령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