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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닷컴=편집국]
[사진=615 남측위원회]
지난 4월 8일,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주요 언론들은 미국 정보당국이 동맹국을 도·감청한 정황이 담긴 기밀 문건이 온라인에 유출됐다고 보도하였다. 11일, 미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 문건들이 2월 28일과 3월 1일자 문서라며 유출된 문건들이 미국 정부가 작성한 문건임을 사실상 시인하였고, 이후 국방부는 기밀문서를 무더기로 유출한 잭 테세이라 일병을 체포하여 국방 정보 소지 및 전파 등 6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미 국방장관이 해당 문서가 국방부 작성 문서임을 시인하고, 문서를 유출한 병사를 ‘국방정보 전파’, 즉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한 것에서, 국가안보실에서의 정보 누출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정부 관료들은 공개된 정보가 위조된 것이라거나 ‘악의는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을 두둔하기에 급급하였고, 이에 대한 엄정한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317명의 공동고발인들은(대표고발인 조성우, 강신하) 지난 4월 25일, △ 정보수집을 담당하는 기관인 미 CIA 한국지부 지부장, 미 육군 501 군사정보여단 여단장, 도청을 수행한 신원불상의 요원들 △ 주재국에서 미 정부를 대리하는 주한 미 대사 등의 지휘책임자를 통신비밀보호법 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14조(타인의 대화 비밀 침해금지), 16조(처벌)에 의거하여 고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용산경찰서는 8월 23일, 최종 '불송치(각하)' 결정을 내렸는데, 그 결정서에서 ‘국가00실장 김00(국가안보실장 김성한)과 00비서관 이00(안보비서관 이문희)의 대화 내용 일부가 입수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도감청 여부를 확인하려면 대화 내용을 확인할 필요성이 있으나 국가안보에 관한 사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도 하였다.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미국의 정보수집 방식이 휴민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도,감청 의혹 사실을 부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4월 미 국방장관이 시인한 누출 문서에서 신호 정보를 통해 획득한 것이라고 언급되었고, 문서를 유출한 테세이라 일병이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점에서, 해당 자료의 신뢰성이 일정하게 드러난 바, 경찰측의 조사가 과연 엄정한 것이었는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았으면서도 미국의 책임을 묻기 어려워 무마하려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백 번 양보하여 도청이 아닌 ‘휴민트에 의한 정보 수집’ 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국가안보실 내부에 외국으로 안보기밀을 누설하는 자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므로, 이 역시 좌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국가안보실에서의 정보 유출이 미국의 불법 도청에 의한 것이든, 휴민트에 의한 것이든 엄정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만일 도청에 의한 것이라면 언제, 어디에서, 누가 도청을 했는지를 철저히 밝혀 내고, 국내법을 위반하며 주권을 짓밟은 미국의 불법 도청행위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관련자를 법률에 따라 처벌해야 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받아야 한다. 만일 휴민트에 의한 것이라면 역시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안보 기밀을 누설하였는지 엄격히 조사, 처벌함으로써 이같은 기밀 유출이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 5월, 국회 운영위에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누출 문서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한,미 정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중’ 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년이 다 된 지금까지 정부가 시간만 끌면서 아무런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결국, 제대로 된 조사와 진상규명 없이 사태를 덮기에 급급한 것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국가안보실 기밀 누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
만일 정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주권 침해를 덮는 데에 여념이 없다면,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가 나서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오늘 진행되는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관련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2023년 11월 7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고발인 조성우, 강신하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