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단체 탐방] 서각작가 목천 김병찬 - 나무에 幸福을 새기다

기사입력 2019.03.1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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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닷컴/휴먼리더스=장경욱 기자]

어릴 적 유난히 나무로 만드는 걸 좋아했고, 사랑방에 소죽을 끓이면서 부지깽이에 묻은 검은 숯으로 합판에 동물들도 그려보고, 나무에 칼로 글을 새겨보기도 하면서 유년시절을 보낸 기억이 납니다. 장교로 20년 군복무를 마치고 여가시간을 이용 우연히 찾게 된 서각공방(書刻工房)이 저와 서각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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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각작가 목천 김병찬]

 

서각(書刻)이란?

 

글, 그림, 시화, 서화 등을 나무에 새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각의 역사는 인류의 문명과도 같이합니다.

의사전달수단으로 사용했던 문자나 글 등을 바위, 나무 등에 새겨 서로 소통을 하고 후세에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고려시대 현존하는 최고의 목판 「팔만대장경」은 우리가 내놓을만한 최고가치의 서각예술 작품입니다.

 

팔만대장경 인출을 위해 반서각(글을 반대로 새김) 형태로 산벗나무 등에 새긴 목판인쇄술입니다. 우리선조들의 뛰어난 창의력과 앞선 문화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 외에도 궁궐, 사찰 등의 각종 현판, 주련 등도 서각작품입니다. 최근의 서각은 전통서각과는 달리 채색을 다양화하여 화려함과 문자의 조형성을 강조하는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제가 서각을 배우고 이 좋은 취미를 일반대중과 함께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여 2011년 가을 대전시 괴정동에서 서각 회를 두 명이 창설하여 더 크고 안락한 작업공간을 위해, 유성구 구암동 비닐하우스에 공방을 만들어 이전 후부터 「울림서각회」로 명칭을 변경하며 본격적 홍보와 회원을 모집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매년 대전 시청전시회(2013~2017년), 지상군페스티벌 서각 체험장운영(2014년) 서울양재동AT센터전시(2014년), 서각진흥협회 대전광역시지회 가입(2014년), 한옥건축박람회(2016년), 육군훈련소전시회(2017년)등 다양한 행사와 활동으로 현재 공방회원 30명, 카페회원 700명 밴드회원 590명 등 서각을 취미로 하는 일반인들이 점점 증가 추세이며 중부권에서는 가장 크고 많은 회원의 동호회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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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刻이 준 幸福

 

첫째, 서각을 통해 행복을 창조하다.

서각은 칼과 망치로 나무에 글, 문자, 그림 등을 새기는 예술로서 칼끝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작품에 몰입하다보면 모든 번뇌, 잡념 등이 사라지고 망치가 칼을 치고 칼이 나무를 새김질하는 과정에서 우울증, 심리적 불안, 산만한 행동 등이 힐링과 치유의 취미이기도 하고, 손으로 하는 취미라 치매예방에도 좋습니다.

 

작품의 과정과 완성 후의 만족감은 그 어떤 취미보다도 큰 행복감을 줍니다. 일자일념(日字一念)으로 한자 한자를 새기다 보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가기도 하는 집중력향상에 좋은 취미 활동입니다.

 

둘째, 남녀노소 누구나 예술성이 없어도 6개월만 배우면 쉽게 할 수 있는 대중적 예술입니다.

우리 공방에는 퇴직한분들, 고등학생, 여성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처음에는 이런 것을 남자들이나 하는 것이다. 힘들어 할 수 있을까요? 했던 분들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르침 없이도 너무도 잘하고 즐거워하십니다. 퇴직자분들은 매일 공방에 출근하고, 직장인들은 주말에 공방에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합니다. 이렇듯 서각예술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 예술의 한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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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함께하는 즐거움(同樂)

혼자가면 빨리 갈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행복하게 갈 수 있다는 말이 있지요. 서각은 같은 공간(공방)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하면서 즐거움이 배가 되고 삶의 행복이 느껴지는 취미입니다. 난로 불에 고구마도 구워먹고 부침개에 막걸리도 같이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분들과 대화하며 삶의 지혜도, 고민도 나누며 함께 즐거운 행복소통 공간이 됩니다. 또한 작품구상에서부터 작품의 완성단계까지 토의하고 고민하는 그 과정이 너무도 즐겁고 행복하다고 합니다.

어떤 고등학생은 집단따돌림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놀다 서각을 알게 되어 엄마와 함께 배웠던 학생이 1년간 몰입하여 배우면서 마음의 평정과 정신적 안정을 얻어 정상적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는 즐거움이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넷째, 나무의 향기(香氣)에 취하다.

서각을 할 수 있는 나무는 모든 나무가 다 가능 합니다. 주로 사용하는 나무는 느티나무, 참죽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입니다. 특히 참죽나무와 소나무 향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입니다. 그 어떤 비싼 향수와도 바꿀 수 없는 천연향이지요.공방에 들어설 때 확 다가오는 나무향기, 작품을 하는 과정 내내 그 향기를 맡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입니다.

그 어떤 취미가 이런 천연향을 맡을 수 있을까요?

 

나무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 했습니다.(木香萬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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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나무에 감성을 새겨 생명을 불어넣다.

버려진 나무에 장인의 혼이 새겨져 그 나무의 생명력이 살아있는 것이 서각예술입니다.보통 글자 한 장에 4백번의 칼과 망치질이 있어야 작품이 완성됩니다.

즉 보통 4~8자의 작품은 바탕작업까지 만 번의 칼질과 망치질이 있어야 작품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즉 고도의 집중과 몰입이 있어야 하고 그 몰입을 예술혼으로 발전시켜 나무에 감성이 전달되고 생명이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는 겁니다.버려져 없어질 나무, 난방용으로 사용될 나무를 감성을 새겨 생명력

 

있는 작품으로 탄생 하는 것을 보며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여섯째, 퇴직 후 향기 나는 취미생활

퇴직 후에는 여럿이 같이 할 수 있는 취미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취미 한 가지는 있어야 한다고들 합니다.서각이야 말로 혼자서도, 함께 있어도 다 할 수 있는 취미입니다.그가 살아온 과정이 자식을 위해 살아 왔다면 이제는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디자인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즉 자기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데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취미생활이 있지만 집중을 요하는 서각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면서 향기로운 노년의 삶이 인생을 더 가치 있게 할 것입니다.

작품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도 돕고, 좋은 글을 존경하는 분과 친구에게,자식에게의 선물,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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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서각회를 창설하여 서각전통계승과 서각의 대중화를 위해 뛰어 왔습니다. 이제는 서각이라는 단어가 많이 통용되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 보람도 느끼지만 아직도 서각대중화의 갈 길은 멉니다.

서각예술인들의 단결된 모습으로 명실 공히 서각이 예술의 한 장르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더 받아야하고 누구나 쉽게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 확보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아직도 열악한 환경인 하우스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공공시설의 유휴공간을 지자체에서 지원하여 많은 분들이 서각을 통해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국민여가활성기본법」의 법적인 근거가 있으니 이제는 지자체에서 나서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장경욱 기자 기자 infoj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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